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지정학 및 외교정책국을 이끄는 빅터 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데 별다른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워싱턴의 대북 접근법이 비핵화를 핵심 목표로 삼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진단이다.

차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인정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를 전략적 계산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으로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서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의 실패가 아니라 지난 35년의 실패라고 말했다. 이런 논리는 대통령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임기 중 벌어진 패배로 다루지 않아도 되게 해준다.

논의의 틀을 정하는 숫자

외부 추산치는 서로 다르지만, 그 규모 자체는 워싱턴 내에서 크게 다투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이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성 여부와 무관하게, 이 수치는 이후 재개될 협상에서 행정부가 북한의 핵무기고를 이야기하는 틀을 사실상 정해놓았다.

윤곽을 드러내는 정상회담 시기

시기 문제는 논의에 긴박함을 더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동은 11월부터 12월 플로리다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 사이 어느 시점에 성사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두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기 전에 워싱턴이 북한의 무기를 어떤 틀로 다룰지 정해야 하는 촉박한 시간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하노이, 판문점에서 세 차례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어, 대화의 근본 목표가 바뀌는 듯한 지금도 양측은 참고할 만한 회담 경험을 갖고 있다.

평양 나름의 셈법

차 박사는 북한도 정상회담에 나서기 전에 시간을 끌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봤다. 그는 북한이 항상 자신들의 입지를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까지 기다렸다가 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빈센트 브룩스 장군은 시기에 대해 더 직설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회담이 빨리 성사될수록 그만큼 더 보여주기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급하게 열리는 정상회담은 실질적 성과보다 형식적 성과에 그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 따라잡지 못한 워싱턴의 공식 입장

현재로서는 백악관이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당국자들은 비핵화를 목표로 재확인하는 것은 눈에 띄게 피하고 있다. 이는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 차 박사 같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더 수용적인 비공식 진단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간극이 어떻게 좁혀지는지, 혹은 좁혀지지 않는지는 정상회담의 형식보다 실제 내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