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관계자가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명칭 논란이 사드 사태 수준의 외교적 파열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주최 측이 대만 전시 공간을 대만관으로 명명하기로 하자 중국 작가와 큐레이터들이 이에 반발해 행사에서 철수했다.
주최 측이 이 공간의 명칭을 정한 뒤 중국 대사관은 이 결정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고, 광주시는 이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은 전시 기획상의 선택을 넘어 서울이 대만 문제에 대한 베이징의 민감함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시험하는 사안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베이징의 레드라인
이 중국 관계자는 전시 공간을 대만관으로 명명한 것이 한중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직접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가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그는 또한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한국이 한 개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한 약속을 언급하며, 이번 명칭이 그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날카로운 대목은 이번 사안이 또 하나의 사드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10년 전 전혀 다른 사안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경제적 대가를 서울에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이다.
신중하게 거리를 두는 서울
한국 정부는 자국의 입장과 비엔날레 주최 측의 결정 사이에 선을 그으려 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명칭 결정은 정부가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민간 주체가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비슷한 입장을 밝히며, 비엔날레를 운영하는 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부처의 역할은 재정 지원에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며, 현재로서는 하위 부처 차원의 대응에 맡기고 있다.
사드의 그림자
사드를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이 2016년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2017년 실제로 배치하자, 중국은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기억하는 조치들로 대응했다. 중국 여행사들은 한국행 단체관광을 중단했고, 한국 공연자들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비자를 받지 못하게 됐으며,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중국 시장에서 차단됐다. 한국 화장품은 더 까다로운 통관 검사를 받았고, 롯데그룹의 중국 내 마트 사업은 영업이 정지된 뒤 결국 전면 철수했다.
이런 과거가 있기에, 전시 공간의 명칭을 둘러싼 다툼으로 시작된 이번 경고도 서울에서 무게를 갖는다. 중국이 한국인 관광객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은 2024년이 돼서였다. 이는 사드 사태 이후 얼어붙었던 관계가 서서히 회복돼 왔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이번 대만관 논란은 그 회복이 대만을 둘러싼 상징적 다툼을 견딜 만큼 단단한지, 아니면 베이징이 박물관 벽면의 명칭 하나마저 과거 미사일 방어체계에 쏟았던 것과 같은 무게로 다룰 준비가 돼 있는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