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의 좌담 시리즈 티키타카의 일환으로 진행된 청년 6명의 대화는 상대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일이 이제 대화가 잘 통하는지 확인하는 것만큼 당연한 절차가 된 연애 문화를 보여준다. 참가자들은 더 관계에 투자할지 결정하기 전에 상대의 정치 성향과 젠더 인식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런 검증은 온라인에서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상대의 소셜미디어 계정과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본다고 말했으며, 어떤 정치인을 팔로우하는지를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적극적인 지지 의사의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후 검증은 직접 대화로 이어져, 참가자들은 젠더 평등과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두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상대가 실제로 어떤 입장인지를 가늠한다.
작은 대답, 큰 판단
이런 확인에 걸려 있는 것은 결코 작지 않다. 여러 참가자는 상대가 성별 임금격차를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관계 궁합을 가늠하는 실질적인 시험이라고 표현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상대의 반응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나 음식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가치관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한 참가자는 남자친구가 여성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처벌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뒤로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말했다. 이해의 간극이 앞으로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취향이 아니라 안전의 문제인 정치
특히 이번 좌담에 참여한 여성들에게 이념적 검증은 추상적인 궁합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안전과 직결된 문제였다. 데이트 폭력과 불법 촬영에 대한 우려가, 젠더 문제에 대한 입장이 이미 검증된 상대를 원하는 이유로 꼽혔다. 여러 참가자는 상대가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는지, 혹은 탄핵 정국에서 어느 쪽 집회에 나갔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시작되기 전에 끝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큰 정치적 이견을 감수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으로 여기는 태도다.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 연애
이런 검증의 이면에는 연애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관계를 당연히 해야 하거나 기대되는 일로 보기보다, 친구 관계나 취미처럼 감정적 비용이 더 낮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연애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맞지 않는 관계가 치르게 하는 감정적 대가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여러 참가자는 관계가 이미 시작된 뒤 가치관 충돌을 발견하느니 차라리 아예 연애를 하지 않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