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공석을 둘러싸고 벌이는 대치는 겉으로 보기엔 서류 절차를 둘러싼 다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 선거 개입이라고 계속 규정해온 지난해 대법원 판결이 자리하고 있다.

당장의 다툼은 대구지방법원 손봉기 부장판사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양측이 후보에 대해 7개월 가까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끝에 8월 18일 손 판사를 추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추천을 국회 인준 절차로 넘기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를 다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 요청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이번 주 안에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힌 채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는 판결

이번 거부가 왜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이해하려면 202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을 신속 처리 절차에 올려 항소심 판결 이후 불과 36일 만에 무죄를 뒤집었고, 이는 대통령 선거를 불과 33일 앞둔 시점이었다. 대법원은 이런 속도를 선거법이 요구하는 신속하고 집중적인 심리의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이 대통령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그 시점과 결과를 선거 자체에 대한 개입으로 규정해왔다. 이 비판은 집권여당과 사법부의 관계에서 완전히 가라앉은 적이 없다.

그 분노에서 시작된 개혁 추진

2025년 판결은 일회성 불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는 대법원 정원 확대와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허용, 이른바 사법 왜곡에 대한 처벌 신설 등을 담은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으로 직접 이어졌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이 대통령이 조 대법원장의 추천을 거부한 것은 고립된 절차상의 다툼이라기보다, 법원이 자신의 지도부를 임명하는 정치 기관들로부터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지속적인 다툼의 최신 국면으로 보인다.

그 밑에 깔린 법리 논쟁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번 거부를 헌법적 논리로 설명하며, 대법관 임명권은 대법원장의 추천권과 별개로 제대로 행사돼야 하는 대통령의 권한이지, 법원이 올리는 어떤 이름이든 그대로 통과시키는 요식 절차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해석에 반대하며, 추천을 그저 거부할 수 있다면 대법원장의 추천권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그 결과 사법부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경고했다.

정해진 규칙이 없는 절차

이번 대치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이 절차 자체가 애초부터 정해진 규정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협의에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추천위원회는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바 있으며, 그동안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통상 후보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이견을 조율해왔다. 이번에는 그 이견이 공개적으로 드러났고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 대법관 공석 문제와 권력분립을 둘러싼 더 큰 논쟁이 동시에 열려 있는 상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