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지능 호황은 수출과 원화, 성장 전망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호황과 함께하지 못하는 경제 부문을 간과하기 쉽게 만들었다.
미국 투자자들이 AI 지출이 과열됐는지 우려하는 가운데, 한국은 이 물결을 유달리 강하게 타고 있다. 10월 주요 수출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었으며, 반도체 출하량은 260% 급등하고 컴퓨터 수출은 6배로 늘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해외 수요자들이 한국 상품을 1조 달러 이상 사들일 것으로 본다. 이는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이 기준을 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원화 역시 올해 미국 달러 대비 아시아 통화 중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에서 한국을 주목할 국가로 꼽고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상향했다.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로 주목받던 한국이 이제 산업적 깊이와 기술력을 중심으로 다른 종류의 조명을 받고 있다.
왜 한국이 중심에 있는가
한국은 단순한 반도체 수요 증가의 수혜국이 아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처럼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본사를 둔 나라다. 이들의 성공은 국내 설비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호황에 직접 노출되면서 동시에 그 수익을 국내에 재투자할 수 있는 능력은 많은 이웃 국가가 갖추지 못한 조건이다.
아시아 다른 지역들도 AI 수요로 이익을 보고 있다.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는 반도체 관련 수주로 활기를 띠고 있으며, 중국도 자체 기술 역량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아시아를 명확한 수혜국과 소외국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단순히 수출 대국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지고 있으며, 반도체·핵심 부품·AI 인프라에서의 전문성이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뒤처지는지를 가른다.
헤드라인 아래의 균열
국가 차원의 경제 지표는 강건하지만, 지난 분기 가계 소비는 GDP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었음에도 줄어들었다. 제조업 경기 심리는 다른 업종보다 훨씬 강하다. 일반 가계를 짓누르는 요인은 여럿이다. 높은 부채 부담, 식어가는 주식 시장 열기, 모든 계층에 미치지 않는 노동 시장 회복세 등이 그것이다. 청년 실업률도 다시 오르고 있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30% 가까이 올라 있어 대부분의 기준에서 괜찮은 수익률이다. 그러나 한때는 연초 대비 100%까지 오른 적이 있으며, 이후 변동성은 매우 컸다. 한국에서 개인 투자자 활동이 활발하고 가계 자산이 자산 가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런 출렁임은 무시할 수 없다.
장기 압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AI 호황이 구조적 문제를 지워주지는 않는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보다도 낮다. 노동 인구가 줄어들면 내수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일본은행도 최근 자국 경제에 대해 같은 인구학적 리스크를 경고했다. 한국 역시 머지않아 같은 벽에 부딪힐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은 또 다른 압력 요인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온 배터리·조선·석유화학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AI 사이클이 언젠가 끝나면 서울은 이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바로 그 산업들에 더 크게 의존해야 할 수 있다. 그 전환은 고용과 투자 측면에서 고통스러운 조정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호황 이후는 무엇인가
현재의 호황이 부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은 수십 년에 걸쳐 바로 이런 순간을 잡기 위한 수출 역량을 쌓아왔다. 핵심 질문은 정책 입안자와 기업 지도자들이 이 돌풍을 경제의 취약한 기반을 다지는 데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 수요가 꺾일 때까지 그저 즐기기만 할 것인지에 있다.
역사는 모든 호황이 끝나면 그동안 가려졌던 불균형이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그 목록에는 불균형한 소득 성장, 무거운 가계 부채, 인구 감소, 그리고 가치 사슬을 올라가고 있는 바다 건 너머의 경쟁자가 포함된다. AI 호황은 실재한다. 동시에 그 균열들을 더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