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그 밑바탕에는 누가, 혹은 애초에 누군가가 이를 중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반복해서 제기된다. 북한 정책을 추적해 온 미국 전문가들의 답은 비교적 일관된다. 중국은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징이 나서지 않는 이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이자 전직 미국 북한 담당 국가정보관이었던 시드니 사일러는 이러한 회의론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과거 워싱턴과 평양 사이를 적극적으로 오가며 감수했던 수준의 정치적 위험을 시진핑 주석이 떠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CSIS 한국 석좌를 맡고 있는 빅터 차 역시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그는 중국이 자국 영토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데는 응할 수 있어도, 양측을 실제로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외교적 실무를 떠맡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회성이 아니라 패턴
차 석좌는 중국의 과거 대북 접근에서 익숙한 선례를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그동안 평양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데는 기꺼이 나서면서도, 직접적인 외교라는 더 어려운 일은 워싱턴에 맡겨 왔다고 설명했다. 압박은 가하되 중재는 하지 않는 이러한 역할 분담이, 중국이 지금 더 적극적인 중재자 자리로 나서기보다 반복하고 싶어하는 역할로 보인다.
양측 모두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이 모든 논의의 바탕에는 간단한 사실이 깔려 있다. 현재 중재할 만한 실제 정상회담 절차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평양도 워싱턴도 새로운 협상을 서두를 이유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일러는 북한 쪽에서 보면 이러한 인내에 나름의 전략적 논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며, 이런 태도 자체가 결국 워싱턴이 평양을 다시 테이블로 불러들이고 싶어 하는 조급함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용 없는 정상회담의 위험
사일러는 또한 회담 자체를 위한 회담을 여는 것이 실질적인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구체적인 합의 없이 끝나는 회담은 그로 인해 생긴 분위기가 6개월에서 12개월 안에 다시 악화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양측 모두 이전보다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미 있는 진전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이는 북한이 정상회담을 단순한 사진 촬영 기회로 다루지 않고 군비통제 문제 자체를 테이블에 올릴 의지가 있을 때에 한한다고 덧붙였다.
단둥과 선전이 들어맞는 지점
더 넓은 외교적 맥락도 중국을 둘러싼 질문에 단서를 더한다. 사일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0월 25일 단둥 방문을, 평양이 베이징과 모스크바 양쪽 모두와 동시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는 미국과의 접촉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러시아에 북한의 지속적인 지지를 재확인시키려는 균형 잡기의 성격이 일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인 다음 달 선전 APEC 정상회의는, 중재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운 접촉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가장 큰 자리로 꼽힌다. 다만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중국이 그 자리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으려 한다는 정황은 아직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