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분기 경상수지 흑자 1,16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독일과 일본의 합산 흑자 1,029억 달러를 137억 달러 웃도는 수치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한국이 두 나라의 합산 흑자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의 네 배로 불어난 흑자
이번 기록에서는 수치 자체 못지않게 증가 폭도 눈에 띈다. 한국의 흑자는 1년 전 284억 달러에서 310% 급증했는데, 이는 비교 대상인 독일(12% 증가)과 일본(5% 증가)의 완만한 증가세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최종 흑자 규모뿐 아니라 이러한 증가율 격차가, 평범하게 선방한 분기를 기록적인 분기로 바꿔 놓은 요인이다.
흑자를 떠받친 반도체
이번 급증을 이끈 것은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확장에 올라탄 한국 반도체 산업이었다. 반도체 수출은 2분기 181.6% 급증한 1,138억 9천만 달러를 기록했고, 상승세는 멈추지 않아 3분기에는 1,480억 2천만 달러까지 올라 전년 대비 218.7% 늘었다. 이러한 수출은 경상수지를 두 방향에서 동시에 끌어올렸다. 무역수지 흑자를 직접 키우는 동시에, 같은 AI 수요와 맞물린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에서 나오는 소득도 함께 늘렸다.
한 산업에 기대는 데 대한 경고
이번 수치에 대한 반응이 모두 환영 일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의 대외 흑자를 반도체 호황에 지나치게 의존해 쌓는 것이 실질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호황 자체가 하나의 글로벌 기술 사이클 부침에 긴밀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반도체 호재를 수출 다변화의 대체재로 여기기보다, 석유화학과 철강 같은 산업을 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호황은 얼마나 더 지속될까
국제 예측기관들은 현재의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IMF가 집계하는 190개국 가운데 흑자 증가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2028년까지 연간 4,0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한 뒤 둔화하기 시작해, 2029년에는 2,957억 달러, 2031년에는 1,775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은 강 교수의 경고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을 한국에 주는 동시에, 반도체 호황 하나만으로 이 수치를 떠받칠 수 있는 기간이 대략 어디까지인지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