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형 산업 그룹 두 곳이 빌 게이츠의 원자력 벤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인공지능이 하루 종일 돌아가는 전력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소형 원자로가 큰 사업이 되리라는 데 건 것이다. HD현대와 SK그룹은 게이츠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미국 기업 테라파워에 합류해 차세대 원자로의 건설과 상용화를 돕기로 했다.

두 한국 기업은 따로, 그러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HD현대는 5월 테라파워,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3자 양해각서를 맺었고, SK이노베이션은 이 미국 기업과 이른바 글로벌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텀시트에 서명했다. 두 회사 모두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재무적 투자를 단행했다.

중심에 놓인 원자로

이 모든 관심의 대상은 나트륨 원자로다. 테라파워가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짓고 있는 4세대 소듐냉각 소형모듈원자로다. 각 모듈은 345메가와트를 생산하도록 설계됐고, 수요가 정점일 때 500메가와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사업은 중요한 관문을 넘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3월 건설을 승인했고, 테라파워는 2031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한다. 이 부지는 세계 최초로 석탄 발전소를 원자력으로 전환하는 상업 사례가 된다.

한국 기업이 가져오는 것

HD현대는 제조의 규모를 제공한다. 이 그룹은 연간 원자로 용기 2기에서 3기를 공급하고, 생산 설비 투자를 앞당기며, 설계를 발전소로 바꾸는 기술과 제조, 설계와 조달과 시공 전반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의 공급망은 더 깊이 뻗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나트륨 원자로의 가드 베슬과 내부 구조물, 지지 구조물 등 부품을 제작하는 계약을 따냈다. 투자자에서 부품 제조사로 한국의 역할을 넓힌 것이다.

서울에서의 회동

이 협력은 금요일 직접 대면으로 다져졌다.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게이츠, 그리고 테라파워 최고경영자 크리스 러베스크와 마주 앉았다. 게이츠는 한성숙 국무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정식 국회의장도 만났다. 서울이 이 벤처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이번 합의를 시장으로 가는 지름길로 규정했다. 그는 기술과 제조, 설계와 조달과 시공을 아우르는 협력 틀을 바탕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체 기술 개발과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늘어나는 소형 원자로 발전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왜 지금인가

시점은 소형 원자로를 향한 관심의 급증과 맞물린다. 전 세계에서 100개가 넘는 설계가 개발 중이며, 무엇보다 AI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전력 수요가 이를 이끈다. 미국만 해도 약 95기가와트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갖춰 세계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이 붐은 원자로를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이에게 몸값을 얹어준다.

바로 그 지점에 한국이 자신을 내세운다. 김정관 장관은 한국 기업이 검증된 실행 역량을 갖췄으며, 나라가 50년에 걸쳐 파운드리급 원자력 제조와 건설 생태계를 일궈 왔다고 말했다. 한국이 반도체 기업이 반도체에서 그러하듯 원자로에서도 남들이 찾아오는 믿을 만한 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테라파워와의 이번 합의는 그것을 증명할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