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차례의 트럼프와 김정은 정상회담을 둘러싼 논의가 무르익는 가운데, 한국 진보 정부들의 오랜 자문 역할을 해온 한 전문가는 지난 20여 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을 떠받쳐온 목표가 더 이상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연세대 제임스 레이니 석좌교수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교수는 앞으로의 미북 대화에서 비핵화는 더 이상 의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무기 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나 협상 요구는 어떤 것이든 거부할 것이라며, 이런 입장이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더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발언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문 교수의 진단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보내는 신호와도 맞아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를 매우 강력한 57기로 언급했으며, 비핵화를 목표로 삼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을 축소한 결정을 옹호하며, 이를 강요당한 양보가 아니라 신뢰를 쌓기 위한 제스처라고 규정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단계적 접근

문 교수는 비핵화 대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중단에서 축소, 그리고 궁극적으로 폐기로 이어가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그는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요구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순서가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그 대가로 평양은 제재 완화, 외교 정상화, 평화적 원자력 이용 권리에 대한 인정, 외국인 투자 문호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하노이의 교훈

이번 논의에는 결렬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당시 회담은 워싱턴과 평양이 제재 완화와 비핵화 조치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며 무산됐다. 문 교수의 구상은 처음부터 요구 수준을 낮춰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몇 달에 걸쳐 무르익을 정상회담

문 교수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이 몇 주가 아니라 몇 달에 걸쳐 형태를 갖출 것으로 내다봤으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일정에 맞춘 11월을 이상적인 시점으로 거론했다. 그는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역할 분담을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밀어붙이는 평화조성자, 이재명 대통령은 그 과정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조율자라는 구도다. 이는 서울이 속도는 조절할 수 있어도 두 정상이 실제로 만날지 여부까지 좌우하지는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