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목요일 한국 땅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가 출생신고를 할 방법이 현행 법체계에 없다는 점이 위헌이라고 만장일치로 판단하며, 국회에 이 공백을 메우라고 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비전문취업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같은 해 베트남 국적 여성 B씨와 결혼한 베트남 국적 남성 A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헌재에 이르렀다. 부부는 체류 기간을 넘겨 미등록 상태가 됐고, 2019년 한국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들의 처지에 맞는 한국 내 신고 절차가 없어 베트남 법에 따라 대신 출생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헌재가 입법 부작위로 규정한 공백
이번 결정의 핵심에는 한국 국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있다. 이 법은 부모가 한국에 얼마나 오래 거주했는지나 체류 자격이 어떻든 외국인 자녀의 출생을 등록할 법적 경로를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헌재는 이런 공백을 단순히 불균등하게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라 법 자체의 결함, 즉 입법 부작위로 규정했다.
헌재의 판단 근거
재판관들은 출생 직후 즉시 등록될 권리가 일반적 인격권 실현의 기본 전제라는 논리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다. 이는 아이의 법적 존재가 인정돼야 다른 권리들도 비로소 의미 있게 뒤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헌재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학대와 유기, 범죄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식 기록이 없으면 그 아이가 누구인지, 심지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런 보호가 국적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아이는 자신이 태어날 곳이나 부모를 선택할 수 없으므로 자신이 존재하기도 전에 내려진 선택의 법적 결과를 떠안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절차
이번 결정은 국회에 아이의 국적이나 부모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명령한다. 그동안 행정적 사각지대로 남아 있던 문제를 입법 의무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번 결정 자체가 등록 제도를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국회에 제도 마련의 시한을 부과함으로써 한국 내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정부 기록이 전혀 없는,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는 아이들이 처한 사각지대를 좁히는 계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