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최신 스마트워치의 두뇌를 퀄컴에 넘기며 지난 2년간 이 제품군에 탑재해온 자체 개발 엑시노스 프로세서에서 손을 뗐다. 수요일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 워치 울트라 2와 갤럭시 워치 9은 모두 삼성이 설계한 칩이 아닌 퀄컴의 스냅드래곤 웨어 엘리트를 탑재했다.
이 변화는 손목 위에서는 미묘하지만 경영진 차원에서는 의미가 크다. 스스로 칩을 설계하고 기기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고 오랫동안 자부해온 회사가 주력 제품에서 경쟁사의 반도체에 손을 뻗은 것은, 그 수직 계열화 전략을 지속하기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끝내 나오지 않은 칩
삼성 워치는 2024년부터 엑시노스 W1000에 의존해왔다. 갤럭시 워치 7과 첫 울트라, 지난해 워치 8까지 이 칩을 품었다. 자연스러운 다음 수순은 엑시노스 W 계열의 후속 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칩은 끝내 나오지 않았고, 출시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2026년 라인업은 곧바로 쓸 수 있는 자체 칩 없이 남겨졌다.
그 공백을 파고든 것이 퀄컴이었다. 3월에 선보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웨어 엘리트는 웨어러블 기기 전용으로 설계됐다. 이 프로세서에는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돼 있는데, 이는 삼성이 이번 세대에서 밀고자 한 건강 추적과 야외 활동 기능을 구동하는 기기 내 엔진이다. 삼성의 설명에 따르면, 자사 이름이 붙은 부품이 아니라 제품에 가장 잘 맞는 부품을 택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
퀄컴은 이 성과를 공개적으로 반겼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는 스냅드래곤 웨어 엘리트가 삼성 갤럭시 워치를 구동하며 성능과 효율, 연결형 건강 기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고, 초고효율 아키텍처 덕분에 배터리 수명도 더 길어졌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태도는 좀 더 절제돼 있었다. 노태문 공동 최고경영자는 전략적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각 제품의 요구에 가장 잘 맞는 기술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승리를 자축하기보다 실리적 판단을 내린 기업의 언어였다.
더 넓은 엑시노스 후퇴의 일부
워치를 둘러싼 이번 결정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삼성의 모바일 칩은 자사 스마트폰 안에서도 입지를 잃어가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모델일수록 퀄컴 부품이 점점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 갤럭시 Z 플립 8은 한국과 유럽에서는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하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는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가 들어간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삼성이 어떤 칩을 신뢰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갈림이다.
이런 흐름을 종합하면, 삼성은 여전히 야심찬 반도체를 설계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는 경쟁사에 기대는 기업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의존은 삼성이 수년간 내세워온 통합의 강점, 즉 파운드리에서 완제품까지 전 과정을 소유함으로써 차별화된다는 논리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삼성 파운드리에 걸린 것
이번에 놓친 워치용 소켓은 물량 면에서는 작지만 상징적 무게는 크다. 퀄컴 칩을 실은 주력 제품 하나하나는 삼성 자체 설계와 제조를 선보이지 못한 주력 제품이며, 이는 회사가 외부 고객들에게 자사 파운드리가 가장 까다로운 주문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고 설득하려는 시점에 뼈아프게 다가온다. 자사 기기를 되찾아오는 것이야말로 삼성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데, 이번 워치 세대에서 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엑시노스가 다시 손목으로 돌아올지는 삼성이 얼마나 빨리 경쟁력 있는 후속 칩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때까지 삼성이 만드는 가장 개인적인 기기는 경쟁사의 프로세서로 생각하게 되며, 자사 기술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삼성의 서사에는 별표가 하나 붙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