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목요일 급등하며 벤치마크 지수인 코스피가 불과 며칠 전 내줬던 7,000선 위로 다시 뛰어올랐다. 지수는 299.19포인트, 4.4% 오른 7,096.89로 마감했는데, 이는 한동안 가장 강한 하루 상승폭이자 5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7,000선 위에서 장을 마친 것이다.

이번 상승 랠리는 해외에서 촉발됐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인공지능 인프라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새 신호를 보내면서 전 세계 기술주에 자신감이 번졌고, 반도체 비중이 큰 서울 증시만큼 그 여파가 강하게 미친 곳도 없었다.

알파벳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다

방아쇠는 하나의 숫자였다. 알파벳은 올해 자본 지출 전망치를 기존 1,800억~1,900억 달러에서 1,950억~2,050억 달러로 상향했다. AI 투자 확대가 정점을 찍었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던 투자자들에게 이 상향은 이 분야 최대 투자자 중 한 곳이 던진 신뢰의 한 표로 읽혔다.

삼성증권의 김중한 연구원은 이 심리 변화를 이렇게 짚었다. 그는 자본 지출 전망 상향이 AI 사이클과 설비 투자 둔화를 둘러싼 우려가 과도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안도감은 곧바로 해당 테마와 가장 밀접한 종목들로 흘러들었다.

상승을 이끈 반도체 기업들

한국의 양대 반도체 대기업이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가 3.65%, SK하이닉스가 4.86% 올라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이 두 기업이 채웠다.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세계 AI 수요와 한국을 잇는 가장 직접적인 고리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 이들 기업이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문도 따라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열기는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뜨거웠다.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은 5.22% 뛴 790.28로 마감했는데, 39.19포인트 오른 것이다.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코스닥150이 6% 넘게 뛰고 코스닥 지수가 5%를 넘어서면서 잠시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원화 강세로 마무리된 하루

원화도 위험 선호 분위기에 동참했다. 원화는 달러당 13.3원 오른 1,466.8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한국 자산으로 자금이 흘러들고 있음을 반영하며 수입업체의 부담을 다소 덜어주는 움직임이다. 원화가 안정되면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주식을 보유하기가 한결 편해져 이날의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경향이 있다.

이 모든 열기에도 불구하고 이날 장은 서울 증시의 명운이 하나의 글로벌 서사에 얼마나 촘촘히 얽혀 있는지를 새삼 일깨웠다. 목요일 반등을 밀어올린 바로 그 AI 서사는 그만큼 순식간에 흐름을 뒤집을 수도 있으며, 반도체 수요에 명운이 걸린 시장은 저 멀리 밖에서 내려지는 투자 결정에서 계속 방향을 읽어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