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서 대규모 협력 합의를 잇달아 이끌어냈다. 삼성전자, SK그룹, 네이버는 엔비디아, 오픈AI, 캐나다 투자사 브룩필드와 협력 계약을 맺었으며, 한국 측 관계자는 그 규모를 총 9,500억 달러로 밝혔다.

이번 발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5개국 순방 중에 나왔다. 일주일간 이어진 고위급 회담을 반도체와 컴퓨팅 파워, 인공지능 인프라 전반의 구체적인 약속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대응하는 기업 차원의 움직임으로 읽힌다.

반도체 계약이 중심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반도체 공급 계약이다. SK그룹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기술 기업에 약 7,500억 달러 규모의 고성능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전 세계 인공지능 시스템을 떠받치는 메모리와 첨단 부품이다.

이 숫자의 규모는 한국 반도체 기업이 인공지능 구축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화제를 모으는 모델들도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메모리 없이는 구동될 수 없으며, 장기적인 공급을 확정하는 것은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시장에서 양측 모두에게 일정한 확실성을 준다.

데이터센터와 AI 팩토리

반도체를 넘어 양측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5기가와트 용량에 약 200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 시설이다. 전력과 GPU는 현대 인공지능에서 가장 부족한 두 가지 자원이며,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은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데 건 베팅이다.

네이버도 한몫을 더했다. 이 회사는 이른바 AI 팩토리에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는 엔비디아와의 협력과 브룩필드와의 인프라 계약을 토대로 한다. 한국 인터넷 기업의 소프트웨어 야망을 해외 자본 및 하드웨어와 결합한 구조다.

국가적 야망

이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큰 그림으로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인공지능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며, 이 기술이 의존하는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화려한 명단이 모였다. 한국 측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용범 대통령 비서실장이, 미국 기업 측에서는 오픈AI의 샘 올트먼과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참석했다.

더 큰 승부의 일부

샌프란시스코 합의는 훨씬 더 큰 국내 계획 위에 놓여 있다. 지난달 정부는 4,000조 원, 약 2조 7,3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초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번 주 합의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정부가 얼마나 멀리 나아가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정도 규모의 숫자에는 발표된 액수와 실제 집행되는 투자가 같지 않다는 익숙한 단서가 따라붙으며, 사업은 몇 달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전개될 것이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가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과 글로벌 파트너들이 같은 판단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 즉 인공지능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