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해외에서 원화를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한국예탁결제원은 일요일 이 같은 방안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시범 운영은 9월에 시작되며, 전면 시행은 2027년 1월로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이 이 시스템을 운영하고, 참여를 원하는 해외 기관은 인가를 신청하는 대신 등록만 하면 되도록 절차를 간소화해 참여 문턱을 낮췄다.

투자자에게 달라지는 점

실질적인 차이는 시차에 있다. 현재 뉴욕의 투자자가 원화로 결제하려면 한국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새 제도에서는 지정된 해외 기관을 통해 자국 영업시간에 거래할 수 있고, 한국에서의 거래를 마친 뒤에도 환전하지 않고 역외 계좌에 원화를 그대로 둘 수 있다.

보고 의무도 함께 완화된다. 원화 표시 자본거래에 대한 사전 보고 기준 금액이 두 배 이상 상향됐고, 위험이 낮다고 판단되는 거래는 사전이 아니라 사후에 보고할 수 있게 됐다.

이형렬 국제금융심의관은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를 자유롭게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맞바꾸는 대가

이는 의도된 기조 전환이다. 한국의 외환 규정은 과거 위기를 겪은 뒤 자본 유출 방지를 최우선으로 삼아 마련됐고, 그 신중함의 대가로 원화는 보유하기 까다로운 통화가 됐다. 새 접근법은 원화의 폭넓은 국제적 사용을 억제해야 할 위험이 아니라 성장의 원천으로 본다.

당국도 그에 따르는 위험 노출을 인정한다. 역외에서 더 넓게 보유되는 통화는 글로벌 금융 불안기에 더 크게 흔들릴 수 있으며,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통화 스와프 확대와 역외 시장 모니터링이다. 다만 그 대책이 실제 압박 상황에서 버텨줄지는 시범 운영으로 답할 수 없는 문제다. 평온한 국면에서는 검증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