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을 둘러싼 규제 분쟁이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협상 한복판으로 번졌다. 이미 그 자체로 부담이 만만치 않던 협상에 풀리지 않은 상업 분쟁이라는 변수가 더해진 셈이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쿠팡이 사전 통보 부족을 이유로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서도 규제 당국의 조사는 계속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치 상황에 대해, 공정위는 국적과 무관하게 한국법을 계속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한 기업들이 조사를 지연시키는 데 악용할 수 있는 허점을 없애기 위해 내부 규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 바라보는 다른 그림

이번 분쟁은 미국 쪽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미 하원의 한 위원회는 7월 한국 당국이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후 한 미국 의원은 반미 기업 차별 혐의를 받는 외국 당국자를 겨냥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서울이 중립적인 법 집행이라고 주장하는 바로 그런 유형의 규제 조치에 워싱턴이 공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법안이다.

더 큰 협상 앞에 놓인 껄끄러운 배경

이번 쿠팡 갈등의 시점은 전체 관계에서 훨씬 더 중요한 협상과 불편하게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화요일 유엔총회 계기에 만나,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공약을 둘러싼 더 큰 협상의 일환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이 공약에는 이미 텍사스 가스발전 프로젝트 2000억 달러 규모가 첫 번째 주요 사업으로 포함돼 있다. 원자력 발전과 웨스팅하우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도 양측이 더 큰 패키지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함께 테이블에 올라 있다.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치 상황을 직설적으로 요약하며, 양국 모두 쿠팡 분쟁에서 양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두 정부가 원만하게 진전시키고 싶어할 협상 옆에 이 사건이 껄끄럽게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이 반독점 법 집행을 누그러뜨릴 뜻이 없고 워싱턴은 이 사안을 미국계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 문제로 다루는 가운데, 쿠팡 분쟁은 하나의 규제 분쟁이 훨씬 더 큰 경제 관계와 분리될 수 있는지, 아니면 결국 그 관계가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를 좌우하게 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