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7월에 15년여 만에 가장 강한 한 달을 보냈다. 새로운 달러 공급의 물결이 시장에 밀려들면서 달러 대비 큰 폭으로 반등했다. 7월 31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24.0원으로, 월초보다 크게 내렸다.
움직임의 폭은 이례적이었다. 원화는 한 달 동안 125.4원 올라, 6월 말 1,549.4원에서 8.81% 절상됐다. 이는 2009년 3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 폭으로, 당시에는 세계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원화가 150.5원 강세를 보였다.
뒤집힌 한 달
이번 반전은 월초의 흐름을 생각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7월 1일 원화는 이 달 최저인 1,559.2원까지 밀렸다가 방향을 틀어 꾸준히 올랐다. 마지막 구간이 가장 극적이어서, 마지막 5거래일 동안에만 42.6원이 더해졌다.
다시 밀려든 달러
랠리의 배경에는 단순한 공급의 변화가 있었다. 견조한 반도체 판매에 힘입은 수출 기업들이 달러 수익을 원화로 더 많이 바꿨고, 하나의 기업 이벤트가 또 다른 홍수를 더했다. SK하이닉스는 7월 미국주식예탁증서 발행을 통해 약 40조 원, 약 265억 달러를 조달했고, 그 자금의 환전이 달러에 강한 하락 압력을 가했다.
반대편 장부도 도움이 됐다.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 속도를 늦췄다. 7월 코스피 순매도는 17조 1,000억 원으로, 5월 44조 5,000억 원과 6월 48조 4,000억 원에서 줄었다. 여러 달 원화를 짓눌러 온 달러 수요가 그만큼 완화됐다.
발을 들인 중앙은행
통화정책도 이 흐름을 뒷받침했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2.75%로 인상했다. 국내 자산의 보유 매력을 높여 통화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조치다. 이 긴축은 이미 공급 여건이 원화에 유리하게 돌아서던 시점에 맞물렸다.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분석가들은 단서를 달면서도 추가 강세의 여지를 본다. 한국투자증권의 문다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하단이 8월까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 적정 범위를 1,410원에서 1,560원으로 제시하고 원화가 1,3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낙관에는 그럴 만한 이유로 조건이 붙는다. 일부 일회성 자금에 기댄 반등은 사그라들 수 있고, 미국의 추가 금리 움직임에 대한 기대와 한국 개인 투자자의 달러 수요가 통화를 다시 끌어내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한 해의 상당 기간을 약한 원화로 노심초사하던 시장이 한 세대 만에 가장 가파른 회복을 지켜보고 있다.

